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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4 “양반집 이미지 벗는다”…카카오, 네이버 출신 ‘그립’ 인수한 까닭 - 이코노미스트

hyukstory 2021. 12. 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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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800억원 투자해 그립컴퍼니 인수

기획부터 영상 제작 모두 관여한 카카오와 달리 그립은 판매자가 자유롭게 촬영하며 방송 진행

당분간 두 플랫폼 분리한 투트랙 형식으로 운영

카카오 라이브커머스 방송 화면 모습. [사진 카카오]

일명 ‘라이브커머스계 양반집’으로 불리던 카카오가 스타트업이 개발한 ‘그립’을 인수하고 양반집 이미지를 벗을 준비에 나섰다. 6일 카카오는 그립컴퍼니에 1800억원을 투자해 인수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카카오는 그립컴퍼니의 지분 50%를 차지하고,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획득했다. 눈길을 끄는 점으로는 그립이 네이버 출신 김한나 대표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는 경쟁사 출신이 제작한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을 사드린 셈이다.

그립은 지난 2019년 2월에 오픈 한 1세대 라이브커머스 원조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보다도 1년을 앞서 선보였다. 성적도 좋다. 그립은 지난해 연간 거래액 243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거래액인 243억원을 넘겼고 연말까지 거래액 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는 210만을 넘겼고 그립 내 판매자 수는 1만명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업계는 정반대의 특징을 지닌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와 그립이 어떻게 상호보완이 될 수 있을지 의아해하고 있다. ‘양반집’이라고 불릴 만큼 카카오 라이브커머스는 정제되고 철저히 내부적으로 관리된 라이브 콘텐트만을 고집해왔다. 카카오커머스는 자체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제품 판매의 기획부터 영상 촬영, 송출 등을 모두 책임졌다. 방송 수도 하루 5번으로 정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카카오는 다른 라이브커머스 채널과 달리, 검증된 상품과 전문가가 만든 고화질의 영상을 제공해 프리미엄 라이브커머스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반면 그립은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을 추구한다. 판매자가 S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하듯이 24시간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판매 방송을 라이브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그립 영상은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스마트폰 촬영 영상으로 채워진다. 가령 판매자가 운영하는 옷 가게 한쪽에서 방송이 진행되거나 집에서 아이와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방송 수도 정해지지 않는다. 판매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판매 방송을 할 수 있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라이브 영상을 켤 수도 있다.

극과 극의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당분간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와 그립은 투트랙으로 분리해 운영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운영 방향성에 대해 “각 2개의 서비스가 사업적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 급하게 묶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확실한 방향성이 생기면 협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카카오 비즈니스의 사업자 확대를 위해 카카오 비즈니스 도구(톡채널)과의 협업을 먼저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 막 투자가 결정된 시점이라 세부적인 시너지 방향은 추후 논의되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운영 형태가 전혀 다르지만 카카오가 그립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 부진했던 라이브커머스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인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시청 횟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경쟁사 네이버 라이브커머스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카카오쇼핑라이브의 올해 12월 기준 누적 시청 횟수는 1억5000만뷰에 다다르고, 올해 3분기 기준 평균 시청 횟수는 20만뷰로 전 분기 대비 43%가량 증가했다.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는 지난해 누적 시청 횟수가 7억회를 훌쩍 넘는 등 카카오 수치의 5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는 그립과 같은 방식으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판매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업계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차별화를 꿈꾸던 카카오 역시 그립이라는 카드를 얻고 결국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방향성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V커머스는 계속해서 대중화되고 있다”며 “방송국이 주도하는 대형 쇼핑마켓이 아닌, 개인 판매자 중심의 1인 마켓 시대인데, 여기에 체계적이고 복잡한 시스템의 플랫폼보다 혼자서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라이브 커머스에서 인기를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고 2023년에는 1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의 근거(객관적인 수치)


☑️추가조사 내용 또는 결과

그립컴퍼니' 품은 카카오, 지분 51%까지 늘린다

계약 조건 콜옵션 조항 삽입, 내년 상반기 중 행사할 듯

카카오가 그립컴퍼니 투자 지분이 최대 5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콜옵션 조항이 포함돈 거래 계약 때문인데 사실상 M&A 구조로 해석된다.

1일 VC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그립컴퍼니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립컴퍼니가 진행하는 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총 18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번 증자 후 카카오가 확보하는 지분은 48% 수준이다. 창업주인 김한나 대표를 제치고 단번에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증자 후 17%로 축소된다.

당초 카카오는 증자에 참여해 과반을 넘는 지분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룹 안팎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M&A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지분율을 소폭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과반을 밑도는 지분율을 가져가면서 지분투자 형태를 취한 셈이다. 이를 통해 그립컴퍼니와 사업 파트너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계약 조항에 담긴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M&A를 전제로 한 투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양측이 맺은 계약에는 콜옵션 조항이 담겼다. 카카오가 그립컴퍼니 지분 3%를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카카오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보유 지분율은 과반을 넘은 51%로 늘어나게 된다.

VC업계 관계자는 "단순 지분투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투자계약으로 보면 된다"며 "옵션 계약을 통해 시차를 두고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가져가는 형태로 거래구조를 짰다"고 설명했다.

콜옵션 행사 시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된다. 지분율이 과반이 넘어가지만 카카오 계열로 당장 편입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립컴퍼니가 벤처인증을 받은 터라 2024년 하반기 이후 계열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

그립컴퍼니는 국대 대형 IT 기업에 편입되면서 성장의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립컴퍼니는 1인 실시간 판매 방송 플랫폼을 운용하는 스타트업이다.

1인 실시간 판매 방송은 기존의 온라인 개인 방송과 홈쇼핑을 결합한 형태다.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립컴퍼니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성장세의 탄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판매채널을 찾던 대형 유통이나 오프라인 패션 소호몰까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그립컴퍼니에겐 기회요인이 된 셈이었다 그렇게 카카오의 투자유치까지 이어지게 됐다.

특히 카카오와 협상이 진행되면서 추진 중이던 시리즈C 라운드 투자유치도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시리즈C 라운드로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추가로 재원을 조달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다 카카오와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방향을 틀었다.

시리즈C 라운드 투자를 준비 중이던 기존 투자자들은 그립컴퍼니 공동 창업자의 구주를 매입,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특히 구주 거래의 밸류가 2000억원 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이번 투자밸류가 4000억원에 육박하면서 단기간에 두 배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